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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이야기 | 일기 감추는 날(련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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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리상백| 작성일 :20-01-13 08:56| 조회 :53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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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감추는 날(련재2)

2. 빨간색 밑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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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이 의자 소리를 내며 일어서자 우리는 하던 짓을 멈추고 바로 앉았다. 일기 검사가 다 끝난 모양이다.
     선생님은 나이가 많고 뚱뚱해서 행동이 느리시다. 그래서 의자에서 일어날 때는 우리보다 훨씬 더 큰 소리를 더 오래 내는 편이다. 그 소리는 그만 떠들고 선생님을 봐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 그랬다가는 곧바로 이름이 불리고 한마디 듣게 된다.
     “2조 오늘 청소지?”
     선생님 말씀이 끝나자마자 애들 몇명이 웃었다.
     “아아뇨. 3조예요.”
     “이조는 어제 했잖아요!”
     “오냐, 알았다! 너희도 나처럼 나이 먹어봐라.”
     애들 몇명이 또 웃음을 터뜨렸다. 선생님은 건망증이 있어서 물건도 가끔 잃어버리고 뭘 제대로 기억 못할 때도 많다. 그렇지만 절대로 잊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우리들의 일기다.
      “반장. 일기장 나눠주어라.”
      수연이가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선생님의 책상에 쌓여 있던 일기장을 안고 다니며 이름을 확인해서 하나씩 돌려주기 시작했다.
      일기장을 사십권이나 읽고도 선생님은 지겨워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세번씩이나 해야 되는 일인데 말이다. 그러니까 일주일이면 백이십권을 읽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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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이 안경을 벗고 눈을 끔뻑거리며 물었다.
      “일기를 쓰면서 자신을 돌아보면 어떤 사람이 된다고 했지?”
      “훌륭한 시람이요.”
     우리는 생각해볼 것도 없이 대답했다. 선생님이 그렇게 물으면 우리는 언제나 같은 대답을 한다.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오늘은 빨간 네모 속에 아무 이름도 적히지 않았다. 모두 일기장을 낸 것이다.
     칠판 귀퉁이에 빨간색 분필로 쳐진 네모가 있는데 일기장을 내지 않으면 거기에 이름이 적힌다. 이름이 적힌 아이는 청소조가 아니라도 남아서 청소를 해야 한다. 그것만이 아니다. 교실문을 잠그고 열쇠를 선생님께 드리러 교무실까지 가야 한다. 학원에 가야 될 시간을 다 잡아먹는 벌이다.
      “수연이랑 정우랑, 몇명은 칭찬할 만해. 그런데 다른 사람은 일기를 성실하게 쓰지 않는구나.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없단 말야. 적어도 공책을 가득 메울 정도는 쓰도록 해. 알았니?”
      “예.”
      모두 입을 모아 대답했다. 나도 대답은 했다. 하지만 일기를 잘 쓰려고 노력할 생각은 없다. 내 생활은 늘 비슷하니까. 신나거나 특별한 일 같은 건 없으니까. 아침에 일어나고, 밥 먹고, 학교 가고, 학원 가고, 집에서 씻고 자는 게 전부다. 자기 전에는 꼭 일기도 써야 된다. 이렇게 뻔한 생활을 날마다 적어야 하는 게 얼마나 지겨운 일인지 엄마나 선생님이 알아야 되는데.
      선생님은 일기를 몇줄이나 쓸가. 공책이 꽉 차도록 쓰시겠지. 선생님이니까. 우리 일기를 하도 읽어서 쓸 것도 많을 것이다.
      “오늘은 청소 분단장이 교실 문 잠가라. 교무실로 열쇠 가져오는 거 잊지 말고. 모두 알림장 적었나 확인해.”
      “아차, 알림장.”
      나는 얼른 알림장을 꺼내 칠판에 적혀있는 래일 준비물을 베꼈다.
      그 때 선생님이 부드러운 말투로 경수를 불러냈다. 그리고 무슨 말씀을 하셨다. 경수의 얼굴에 난 상처를 쓰다듬기도 했다. 경수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고개를 조금 떨군 채 선생님 말씀을 들었다.
      나는 일기장을 받자마자 후루룩 넘겨보았다. 오늘 검사 받은 부분은 지난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에 쓴 일기다. 일기마다 두군데 정도 빨간색 밑줄이 그어져 있다. 보통 엉터리 문장에 이런 표시가 남는다. 띄여쓰기 하라는 표시도 있고 틀린 글자가 고쳐져있기도 하다. 선생님 말씀도 적혀있다. 모두 빨간색이다.

 

      동민아, 글씨를 반듯하게 쓰고,내용을 대충적지 말아요. 내용을 자세히 쓰다 보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단다. 물론 글쓰기실력도 늘지. 노력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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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일기장을 탁 덮어서 가방에 넣었다. 오늘 저녁에는 틀림없이 엄마도 같은 잔소리를 할 것이다. 엄마는 선생님이 쓴 내용에 관심이 많으니까.
      어째서 어른들은 남의 일기장을 검사할가. 잘못한 일도 없는데 왜 만날 자신을 돌아보라는 건지 모르겠다.
     복도에서 나와 신발을 신으려는데 경수가 불쑥 다가왔다. 그리고 내 신발을 툭 차버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경수를 한번 보았다. 그리고 멀찌감치 나동그라진 신발을 바라보았다.
      화가 났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너지? 나 일러바친 놈.”
      “내가 뭘…”
      경수가 바짝 다가섰다.
      나는 복도문에 등이 닿아서 뒤로 물러서지도 못했다.
      “내가 울타리 넘는다고 일기에 썼지? 아니면 선생님이 내가 다친 걸 어떻게 알아? 분명히 네 짓이야!”
      “나, 난 그런 거 안 썼어.”
      “어디 봐. 보여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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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수가 식식대며 노려보았다. 나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가만히 있었다. 일기장을 꺼내서 보여주면 될 텐데 어쩐지 그러기가 싫었다. 그런데 그 때였다. 수연이가 복도로 나오며 쌀쌀맞은 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뭐 해? 선생님이 다 보셨어.”
      경수가 당장 물러났다. 그리고 한방 먹이는 시늉을 하더니 퉁명스레 말했다.
      “나중에 보자!”
     몸이 부르르 떨렸다. 경수가 잽싸게 가버리고 수연이도 신발을 신자마자 가버렸다.
    나는 맨발로 걸어가서 나동그라져있는 신발을 신었다. 그리고 복도를 보았다. 거기에 선생님은 없었다.

(다음주 월요일에 3회를 올려드립니다. 위챗에 많이 돌려 학생, 학부모, 선생님들이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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