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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이야기 | 일기 감추는 날(련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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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리상백| 작성일 :20-01-08 09:12| 조회 :2,13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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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들이나 부모님들은 우리 어린이들에게 매일 일기를 쓸 것을 요구하고 일부 글짓기를 즐기는 어린이들을 일기쓰기를 견지하고 있지요.

      그런데 이 일기쓰기가 큰 일이죠. 일기를 쓰지 않아 야단을 맞는 어린이들도 있고 일기에 비밀을 적었는데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검사하면서 발각되여 멋적을 때도 있고 야단날 때도 있죠. 이런 사건을 둘러싸고 쓴 학생, 학부모, 교원들이 읽어볼만한 재미나는 이야기입니다.

     읽어보시고 재미나면 위챗에 공유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일기 감추는 날

묻어버린 일기
 

      어떤 남자아이가 생각나요. 잘생겼고, 례의바르고, 수줍음 타는 아이였지요. 왼손으로 글씨를 삐뚤삐뚤 쓰는 게 흠이였지만 야단칠 수는 없었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였거든요. 걔는 왼손잡이였고 언제나 잘 써 보려고 노력했으니까요.
      그 아이는 또래들 대화에 잘 끼지 않았어요. 그저 친구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빙그레 웃는 게 전부였지요. 그러던 아이가 어느 날 대화에 끼여들었어요.
     일기 이야기를 하던 중이였지요. 녀자애가 “난 일기장에 좋은 이야기만 써.”라고 말했어요. 다른 애는 “난 일기장을 감춘 적이 있어.”라고 했지요.
      그러자 그 아이도 말하더라고요.
     “나도 그랬어. 보일러실에도 감춰보았고, 벽에 감추고 벽지를 바른 적도 있어.”
      모두 놀라서 그 아이를 보았어요. 그 아이는 얼굴이 빨개져서 입을 다물어버렸어요. 그리고 금방 수줍은 아이로 돌아갔지요.
      난 그 아이가 몹시 궁금해졌어요.
      “얘야, 난 어렸을 때 자물쇠가 달린 일기장을 가진 적이 있단다.”
      그 아이는 내 말을 듣기만 했답니다. 괜히 말을 꺼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다 쓴 뒤에는 밭에서 불에 태워버렸지. 누가 볼가 봐 그런 건데, 지금 생각하면 아까워. 넌 또 어떻게 했니?”
      그 아이는 잠자코 있었어요. 다른 애들은 계속 떠들어댔고요. 난 일기장이 두개야, 우리 엄마는 길게 써야 칭찬해줘, 비밀은 절대로 쓰면 안돼, 검사받으니까∼
      드디여 그 아이도 입을 뗐어요. 여전히 빨개진 얼굴을 하고.
      “난 정원에 파묻은 적도 있어. 지금은 거기 안 사는데, 하나도 안 아까워.”
      이제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고 그 아이는 말했어요. 나는 그저 그 아이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 주었지요. 사실은 안아주고 싶었답니다. 꼭꼭 감추고 싶었던 게 뭐였을가. 묻어버렸다는 일기가 너무 슬픈 내용은 아니였으면.
      남의 집 정원에 묻혀있을 어떤 아이의 기억. 그런 기억은 나에게도 있었는지 모릅니다. 내 아이가 그럴지도 모르지요. 잊지 말아야겠어요. 아이가 일기 쓰는 시간은 거울을 보는 시간과 같다는 것을.

황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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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감추는 날(련재1)
 
1. 울타리 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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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이지 울타리 쪽은 안 보려고 했다. 그런데 차가 아빠트 모퉁이를 돌 때 몸이 쏠려서 나는 저절로 그 쪽을 보게 됐다.
      오늘도 큰애들 세명 속에 경수가 끼여있다. 등을 보이고 있어서 다행스럽게도 나와 눈이 마주치지는 않았다.
     울타리를 넘으려는 애들 가운데서 경수는 작은 편이다. 다른 애들은 5학년이나 6학년인데 경수는 겨우 3학년이니까. 하지만 우리 반에서는 가장 크고 싸움도 잘한다. 게다가 이제는 큰애들처럼 아빠트 경비원 몰래 콩크리트 울타리까지 넘는다.
      “동민아, 너는 저런 짓 하지 마라.”
      엄마가 신호를 따라 좌회전하면서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안했다.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나 같은 애는 흉내도 못 내요.’
      괜히 한숨이 나왔다. 경수 때문이다.
      지난 토요일, 문구점에 다녀오다가 경수를 보았다. 걔는 울타리를 넘고 있었다. 다리 하나를 걸치고 기어오른 뒤에 울타리 우에서 똑바로 서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똑바로 서기도 전에 나랑 눈이 마주쳤고, 곧바로 중심을 잃었다. 그러더니 곤두박질쳐버렸다. 하필이면 넝쿨장미 쪽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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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너무 놀라서 뒤도 안 돌아보고 왔다. 재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게 되다니.
      엄마가 혀를 차며 말했다.
      “멀쩡한 길 두고 왜 저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어. 애들이란!”
      나는 이번에도 엄마 말을 듣기만 했다.
      ‘형들처럼 경수도 잘 넘었을가?’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다. 내가 등을 떠다민 것도 아닌데 경수가 고꾸라진 게 마음에 걸린다. 왜 하필 그때 그 자리에 내가 있었을가.
학교 가까이에 차를 세우며 엄마가 말했다.
      “화실에서 시간 맞춰 나와. 어제처럼 밖에 있지 말고.”
      “응.”
      엄마가 손을 흔들어보이고 출발했다. 동사무소로 출근하는 것이다.
      나는 공무원인 엄마의 시간에 맞춰야 한다. 다른 애들처럼 학교까지 걷는 일은 거의 없다.
      집에 갈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엄마의 퇴근 시간이 될 때까지 학원을 세군데나 옮겨다닌다. 어려운 수학, 지겨운 그림 공부를 하면서. 그래도 바둑은 그럭저럭 재미가 있다.
      엄마는 내게 어떤 재주가 있는지 알려면 이것 저것 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유치원 때부터 그랬다.하지만 나한테 무슨 재주가 있는지 여태 알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나만 피곤하다.솔직히 난 아무 것도 자신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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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그저 그런 아이라는 걸 엄마가 빨리 알았으면 좋겠다. 내 소원은 도적놈이나 깡패가 되지 않는 것 뿐이다. 그렇지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다. 나중에 나쁜 사람이 되지 않는 게 소원이라고 하면 엄마는 충격받을 것이다. 나한테도 특별한 재주 하나 쯤은 있을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교문을 들어설 때 뒤에서 경수의 웃음소리가 났다. 경수가 울타리를 넘던 큰애들을 뒤따라오고 있다. 큰애들이랑 장난을 치면서.
      나는 큰애들과 경수가 먼저 지나가도록 옆으로 비켜 천천히 걸었다. 옆을 지나칠 때 경수는 나를 본 둥 만 둥 했다. 나 같은 애는 모른다는듯 지나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경수를 빤히 보았다. 경수 얼굴에 딱지 앉은 상처가 길게 나 있다.
      ‘고꾸라졌을 때 다쳤나? 아팠겠다.’

(다음주 월요일에 2회를 올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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