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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이야기 | 일기 감추는 날(련재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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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리상백| 작성일 :20-02-17 09:23| 조회 :67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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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감추는 날(련재5)

5. 고자질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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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더러운 꿈을 꾸었다. 변기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꿈인데 끝내 못 빠져나오고 잠을 깼다. 일어나 앉았는데도 갑갑하던 꿈속 기분이 생생하다.
   “웬 일이야? 잠꾸러기가 새벽에 일어났네.”
    나는 식탁에 앉자마자 물부터 마셨다.
   “아빠는 이제 다 나았대요?”
   “아니. 더 쉬고 싶으시대.”
   “엄마도?”
   “오늘은 출근해야지. 그런데 너 말야.”
    나는 엄마를 슬쩍 보고 눈길을 돌렸다. 학원 빼먹은 얘기를 또 하려나보다. 어제 잔소리를 들을 만큼 들었는데 말이다.
   “공으로 맞았을 때 바로 따지지 그랬어? 왜 자꾸 경수를 피하기만 해? 당당히 맞서라니까. 일기로 쓰기 전에 말했어야 한단 말야.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실걸.”
   “엄마. 제발 남의 일기 좀 훔쳐보지 마요!”
   “어머나, 얘가…”
    나는 발딱 일어나 방으로 왔다. 그리고 쾅 소리나게 문을 닫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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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 때문에 대들기는 처음이다. 하지만 전부터 꼭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엄마한테 잘못했다고 하기가 싫었다. 엄마도 화가 났는지 아무 말도 안했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까지 오는 동안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선생님 책상에 일기장을 놓기 전에 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뒤에서 기다리는 애 때문에 결국 놓고 자리로 갔다.
    나는 솔직하게 썼을 뿐이다. 경수가 울타리 넘는다고 쓴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것, 경수가 나를 건드리는 건 순전히 오해 때문이라는 것.
    선생님도 분명히 아시는 일이다. 누가 그랬는지도 아실 거다. 우리 일기를 몽땅 읽으시니까. 선생님이 진실을 알고 경수를 타이르면 문제는 해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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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은 쉬는 시간마다 틈틈이 일기장 검사를 하셨다.
    나는 선생님이 안경을 코에 걸치고 일기 검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선생님이 일기장에 뭔가를 쓰실 때는 나도 모르게 가만가만 숨을 몰아쉬기도 했다.
    꽤나 빨리 검사하던 선생님이 일기장 하나를 오래 붙들고 계셨다. 나는 그게 내 일기장일 거라고 확신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공부가 다 끝났을 때 선생님은 안경을 벗고 우리를 물끄러미 보셨다. 화가 난 것도 같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얘들아, 일기를 왜 쓴다고 했지?”
   “훌륭한 사람 되라고요.”
   “자기 자신을 돌아보라고요.”
   “그래. 난 너희가 잘 자라도록 가르치고 싶어. 좋은 습관을 갖게 하고 싶단 말야. 그래서 일기도 쓰게 하는 거야. 일기 쓰는 시간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야. 남을 흉보거나 헐뜯는 시간이 아니라고. 그건 옳지 않아.”
    순간 내 가슴이 뜨끔했다.
   “나도 누가 어떤지 정도는 알아요. 웬만큼 아니까 다른 친구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알아들었니?”
   “예.”
   “반장. 일기장 나눠줘라.”
    다른 애들은 선생님 말씀을 귀담아들은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책상 모서리에 눈길을 멈추고 가만히 있었다.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리동민. 받아.”
    수연이가 일기장을 건네주었다. 나는 감히 넘겨볼 수가 없었다.
   “동민아.”
    선생님이 손짓하며 조용히 나를 부르셨다. 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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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일기장을 서랍에 넣고 앞으로 나갔다. 선생님은 의자에 앉은 채 안경 너머로 나를 보셨다.
   “경수랑 문제가 있었니? 경수가 실수했고, 너는 화가 났고. 그렇지?”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걸가. 나는 눈만 끔벅거렸다.
   “그런 일 쯤은 리해해야지. 경수도 공으로 때린 게 미안했나 봐. 일기에 충분히 반성했어. 다음부터는 교실에서 장난치는 것도 조심하겠다고 썼고.”
    나는 멍청히 서 있기만 했다. 마치 잘못을 하고 끌려나와 있는 기분이다. 어째서 경수가 아니라 내가 이런 말을 듣는 걸가. 반 애들이, 특히 경수가 나를 뚫어져라보고 있을 것만 같다.
   “동민아. 일기는 그런 거야. 잘못을 반성하고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자세. 일기는 자기 건데 친구 잘못을 다 적어서 뭐 하겠니. 화가 났더라도 이제는 마음 풀어라.”
   “…”
   “알았지?”
   “예…”
    선생님이 내 어깨를 툭툭 쳐주셨다. 나는 가슴이 콱 막히는 기분으로 돌아섰다. 눈물이 쏟아지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내가 억울한 걸 선생님은 알려고도 안하셨다. 반성하는 척한 일기만 보고 경수를 칭찬한 거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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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얼마나 자세히 또박또박 적었는데. 경수가 울타리 넘는 것에 대해서 나는 일기에 쓴 적이 없다고. 그런데 경수가 오해를 해서 내 신발을 걷어차 버렸고, 겁을 주었고, 뒤통수를 치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일기는 내 거라면서 선생님이 왜 맘대로 봐!’
    머리에서 발끝까지 뜨거워지는 것만 같았다.
    진실을 밝혔는데 고자질한 것이 되여버렸다. 도대체 일기를 왜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일기를 훔쳐보는 엄마도 밉고 검사하는 선생님도 싫다. 정말로 중요한 일이라면 머리에 담아 두는 게 낫겠다. 너무너무 속상할 때는 높은 건물에 올라가서 꽤액 소리지르는 게 낫겠다.

(다음주 월요일에 6회를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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