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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수기 | 비상시기, 어느 교원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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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리상백| 작성일 :20-10-13 10:11| 조회 :37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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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시기, 어느 교원의 하루

 

해림시조선족실험소학교 김봉금

 

    눈을 뜨니 4시 반이였다. 밖은 아직 캄캄하다. 몸은 침대에서 더 의지하고 싶었지만 일어나야 했다. 천근 무게 같은 몸을 억지로 일으키고 제일먼저 마실 물부터 끓였다. 그리고 세수하고 치솔질하고 밥을 안친 다음 커피를 한잔 타서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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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같으면 밖에 나가 파워워킹과 같은 유산소운동도 할 텐데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하여 집에만 갇혀있다보니 몸은 점점 무거워졌다. 이젠 이런 생활이 습관된 것 같기도 하다. 무슨 일이나 대략 21일만 견지하면 습관되기 쉽다더니 습관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인가 보다. 

    커피잔을 들고 베란다에 서서 창밖을 내다보니 어느덧 려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엊저녁 눈이 내려서 바깥세계는 흰 면사포를 뒤집어쓴 듯했다. 거리는 가로등 불빛을 빌어 은빛가루에 금빛가루를 약간 뿌려놓은듯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헌데 왜 이렇게 썰렁하고 처량하게만 느껴지는 것일가. 

    커피를 거의다 마셔가는데 저 멀리에서 청설기(清雪机)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조용하고 썰렁한 거리에 비행기가 지나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다가 점점 가까워지니 땅이 진동하는 듯한 어마어마한 소리가 들리면서 금은가루를 쓸어내듯 모조리 없애버렸다. 한참 지나니 청소공아저씨가 비자루로 거리에 그림을 그리듯 얼마 남지 않은 눈을 쓸고 또 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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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 에미야. 오늘은 왜 또 이렇게 일찍 일어났느냐?”
    시어머니의 갑작스런 물음에 나의 생각은 물방울 터지듯 흩어지고 말았다. 
    “엊저녁 문건 번역해달라는 부탁을 받아서요.”
    “엊그제도 번역한다더니 또? 벌써 몇번째냐?”
    “세번째예요. 오늘이 마지막일 걸요. 요즘 중국보다 한국의 형세가 더 안 좋아지고 있어요. 외국으로부터 오는 사람들은 지정된 호텔에서14일간 집중격리를 해야 하는데 조선어로 된 통지문이 필요한가 봐요.”
    “그렇구나. 요즘 너무 바삐 도는 것 같구나. 나야 나이드니 잠이 안와서 자지 못한다지만 너희들은 한창 잠이 필요할 때인데 이렇게 토끼잠을 자고서야 되겠어. 몸을 봐가면서 해라. 건강이 최고다.”
    “매일 가만히 놀고만 있으면 더 답답해요. 제가 다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알긴, 다 안다는 사람이 엊저녁에도12시까지 강의 련습 하느라 정신이 없더만… 아침은 신경 쓰지 말고 네 볼일을 보거라. 나도 요즘은 몸도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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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를 다 마시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조용한 방 안, 황금 같은 시간이다. 중요한 일은 애들이 깨여나기 전인 이 때 다 완성해야 한다. 
    오늘따라 첫 수업이라 무척 신경 쓰인다. 아침밥을 먹고 청소를 끝낸 다음 오랜만에 화장을 해본다. 얼굴에 스킨, 로션도 바르기 귀찮았는데 쿠션, 팩트까지 바른 다음 립스틱도 바르고 눈섭도 살짝 그렸다. 머리는 상큼한 느낌을 주게끔 하나로 묶었다. 그리고 매일 집에서 잠옷만 입던 차림에서 벗어나 내가 아끼던 빨간색 블라우스에 청바지를 골라 입고 거울에 자신을 한번 비춰보았다. 
    “오늘 첫 수업이라더니 학생들을 볼 수 있는 거야?”
    시어머니가 궁금해서 물으셨다.
    “아니요. 제가 설계한 코스웨어를 보면서 강의하는 목소리만 들을 수 있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신경 쓰고 수업하는 거야?”
    시어머니는 의아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미소만 지어보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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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한시간만 있으면 수업 시작이다. 나는 소학교6학년생 아들과 유치원생 딸을 불러놓고 체온계로 체온을 측정했다. “찍, 찌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인차 수치가 나타났다. 
    “모두 정상!”
    그 즉시로 학교와 유치원 위챗에 문자를 올렸다. 그리고는 컴퓨터화면을 향하여 국기게양식을 진행했다. 장엄한 국가의 울림과 함께 우리는 국가를 부르며 오성붉은기가 조금씩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어색한 분위기였지만 나는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30분후면 약속한대로 해림시조선족실험소학교 2학년 1반 20명 학생들이 자기 집에서 온라인수업을 받는다. 엄마가 집에서 수업을 하니 신기했던지 아들과 딸은 문에 조롱박 달린듯 머리를 빠끔 내밀고 있었다. 내가 눈치를 주어서야 딸애는 할머니방으로 가고 아들은 쏘파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나는 방금 갔던 화장실도 또 한번 다녀오고 또다시 물을 마시며 코스웨어도 다시 한번 련습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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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교직생활에 처음 해보는 온라인 생방송수업이라서 그런지 많이 떨렸다. 눈으로 볼 수도 없고 교류할 수도 없는 나의 학생들,  일여덟살 된 2학년 애들 또한 컴퓨터로 선생님의 수업을 제대로 알아듣기나 할가? 내가 실수라도 하면 어쩌지? 말투는 괜찮을가? 음향효과는 또 어떨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럴수록 교실에서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면서 예쁘게 우리말로 인사하던 애들의 모습이 그리웠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우리글을 랑독하는 애들과 함께 해왔던 현장수업이 너무 그리웠다. 
    수업 5분전이다. 나는 어제 학생들과 한번 실험해본 대로 ‘띵띵앱(钉钉App)’에 들어가 2학년1반을 찾은 다음 ‘생방송 개시(发起直播)’를 클릭했다. 다음 생방송주제란에 “제1과: <함께 가자야>, 제1교시”라는 글을 타자한 뒤 ‘스크린공유모식(屏幕分享模式)’을 선택하고  ‘생방송 생성(创建直播)’을 눌렀다. 
    “띠리링— 띠리링—”
    벨소리가 울리면서 학생들의 이름이 스크린에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정훈
    차진우
    전은현
    허해림
   


    딱딱한 화면을 마주하니 너무 조용한 분위기라 갑자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말문이 꺽 막혔다. 나는 얼결에 “안녕하세요? 친구들, 안녕하세요…” 했는데 학생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제야 나는 내가 학생들의 말소리는 듣지 못한다는 것을 제꺽 의식하고 다시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이 때는 20명 학생들이 거의다 올라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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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 선생님 말소리 들리나요? 똑똑하게 잘 들리면 1번을 눌러주고 똑똑하지 않거나 끊겨지면 2번을, 하나도 들리지 않으면 3번을 눌러주세요.”
    삽시에 화면에 수자 ‘1’이 쭉쭉 우로 올라갔다. ‘2’도 가끔 있었다. 아, 이젠 됐구나. 이젠 수업하면 되겠구나. 나는 마이크에 대고 친절하게 말했다.
    “친구들, 안녕하세요? 지금부터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떨림과 그리움이 동반된 온라인생방송 첫 수업을 끝냈다. 화면에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라는 글줄과 함께 생화, 엄지가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인차 아들을 재촉했다.
    “아들, 어서 수업할 준비를 하거라.”
    “아들, 어서 눈보건체조를 하거라.”
    “아들, 업간체조도 해야지.”
    “아들…”
   
    “띠링!”
    훈이 엄마한테서 문자가 왔다. 
    “선생님, 첫 수업 정말 멋지게 잘했어요. 나도 재미나서 애와 같이 공부했어요. ”
    “강의 잘 들으셨다니 기분 좋네요. 감사합니다. 온라인수업을 처음 하다보니 미흡한 점이 많을 겁니다. 좋은 건의나 의견이 있으시면 제때에 얘기하세요.”
    “그럼요. 앞으로 우리 애들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 마세요. 우리가 응당 해야 하는 일인데요.”
    방금 핸드폰을 내려놓았는데 이번에는 김선생님한테서 음성통화가 왔다. 
    “김선생, 오늘 수업 잘 들었소. 군더더기 말 한마디 없이 아주 잘했소. 그런데 내 수업은 인테넷이 원활하지 않아 자꾸 끊겨져 엉망이였던 것 같소.  첫 수업부터… 참 속상하네.”
    “저도 선생님 강의 잘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차분하여 듣는 사람한테 편한 느낌을 줍니다. 자꾸 끊어지지만 않았더라면 더 완벽했겠는데...”
    “호호… 그런데 우리 한시간 수업을 준비하는 게 공개수업 하는 것보다도 더 힘들지 않소? 난 엊저녁도 수업을 연구하느라 12시 다되여서야 잤소. 온라인수업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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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죠. 저도 엊저녁 늦게까지 자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낮에는 애들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교단에서 하던 수업이 컴퓨터로 바뀌였으니 너무 멋적고 어색합니다. 현장수업처럼 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
    “맞소. 차차 하다 보면 이것도 습관될 거요. 그런데 우리는 집에 컴퓨터라도 있으니 괜찮은데 류선생님은 핸드폰으로 수업하느라 모진 애를 먹는다고 하더만. 격리기간만 끝나면 당장 컴퓨터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방금 학교에서 노트북을 가져다주겠다고 했다오.”
    “네, 저도 류선생님의 수업을 들어보았는데 한손으로 폰을 쥐고 한손으로 글을 가리키면서 쓰며 배워주는 게 여간 힘들어보이지 않더라구요. 그래도 학생들한테 하나라도 배워주겠다고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며 감동 받았습니다.”
    “다 책임감 갖고 하는 일이요.”
    “맞습니다. 그나저나 선생님들은 아빠트단지 당직까지 하루에 5시간씩이나 서니 쉽지 않겠습니다. 저도 서고 싶지만 지금 상황에서 외출을 못하게 하니 어쩔 방법이 없습니다. 선생님들한테 미안한 생각만 듭니다.”
    “괜찮소. 다 리해하오. 지금 비상시기인데 힘을 낼 수 있는 사람은 힘을 내야지. 의사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앞장 서는데 우리도 사회를 위해 한몫 해야 하지 않겠소? ”
    “비상시기에 다같이 화이팅합시다.”
    “그래, 화이팅!”
    저쪽 방에서 시어머니는 설전에 버리려고 했던 카텐을 뜯어서 꽃을 만들고 있었다. 솜씨가 어찌나 좋은지 꽃방 주인이 왔다가 울고 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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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손재간도 어쩜 이렇게 좋아요? 이 꽃들은 팔아도 되겠어요. 마치 결혼할 때 신부들이 들고 있는 부케 같아요. 요 꽃송이 보세요. 어쩜 안에 있는 꽃술까지 만들수 있어요? 꽃잎도 어쩜 요렇게 똑같게 만드셨나요? 그리고 꽃망울까지 몇개 만들어넣으니 멀리서 보면 진짜 꽃 같아요.”
    나는 연신 감탄을 쏟았다. 
    “뭐 그 정도냐. 그냥 집에 있는 게 답답해서 만들어보는 거다.”
    시어머니는 말은 담담하게 했지만 얼굴엔 밝은 빛이 엿보였다. 찬찬히 들여다보니 꽃대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극복”이란 글줄까지 써넣고 아래에는 날자까지 씌여있었다. 시어머니는 몸이 많이 안 좋은 상태이다. 

    몇년전 대수술을 했고 고혈압에 심장까지 안 좋은 데다가 저녁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늘 정신상태가 흐리터분하다고 한다. 밖에 나가 활동이라도 하고 들어오면 잠이 잘 올 텐데 두문불출하니 잠이 올 리가 만무하다. 게다가 요즘은 한국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갑자기 엄중해져서 세 자식이 모두 한국에 있는 엄마의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할머니, 나 이 꽃을 들고 사진 찍을래요.”
    “응, 그래. 우리 서윤이 어느새 자기절로 한복까지 꺼내 입었구나. 세상에 이렇게 예쁜 공주가 또 어디 있을가요? 호호호…”
    우리 셋이 꽃을 들고 이리 찍고 저리 찍고 하는데 아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오후 수업도 끝내고 숙제도 다 완성했습니다.”
    “우리 아들, 오늘 온라인수업 감상을 발표해보시죠?”
    “음, 난 솔직히 온라인수업 나쁘진 않아요. 나한테는 오히려 더 좋은 것 같아요. 떠드는 애들도 없고 조용하게 나 혼자 사고할수 있고 시간도 절약하고…”
    “그래도 사람은 집체생활을 해야 뭔가 의미 있고 진보하는 것이 아닐가? 서로 토론도 하고 발표도 하며 경쟁도 해야 공부도 더 재미 있는 것이 아닐가? 어울려 놀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다가 화해도 하는 그런 생활 말이야.”
    “그건 나도 알죠. 좋은 점만 말했을 뿐이예요. 히히… 엄마, 오늘 저녁은 뭘 먹어요?”
    배가 고팠는지 아들은 벌써부터 저녁재촉을 한다. 
    “응, 그래. 오늘 저녁에는 네가 좋아하는 카레밥을 하고 서윤이가 좋아하는 떡볶이도 해줄게. 어머니, 우린 시원하게 랭면이나 먹을가요? 저번에 연길에서 택배로 보내온 랭면이 정말 맛 있던데요.”
    “응, 그래. 그러잖아도 속이 답답해서 시원한 거 먹고 싶었던 참이라 그렇게 하거라.”
    “와, 우리 엄마 최고. 엄마, 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집에만 박혀있는 건 굉장히 싫은데 엄마가 매일 이렇게 맛 있는 것을 해줘서 너무 좋아요.”
    “그리고 이야기도 해주고 같이 놀아줘서 좋아요.”
    딸애도 동동 매달리며 한마디 덧붙였다.
    “언제는 안 그랬느냐?”
    나는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사실 평소에는 늘 바쁘다는 핑게로 애들한테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서윤아, 엄마 밥을 하니 오빠하고 놀자.”
    “응, 난 의사놀이 할래. 오빠는 의사 하고 나는 간호사 하는 거야. 우리 병균 물리치러 가자.”
    “그래, 모조리 물리치는 거야!”
   
    밤이 깊어간다. 또 하루가 지나간다. 몸은 집 안에 갇혀있지만 마음은 세상을 향해 한껏 열린 채 하루하루 지나간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또한 이렇게 하루하루 지나며 물러가리라.

 

원고래원: 《연변문학》 2020년 제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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