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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수기 | 파수군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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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리상백| 작성일 :20-01-16 09:12| 조회 :52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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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군들의 이야기


김봉금 해림시조선족실험소학교

 

    “조선족학교에 아직 학생이 있나요?”
    학교로 차를 몰면서 택시기사가 이상한 물음을 던졌다.
   “학생이 없다면 왜 출근하겠어요?”
    나의 말투는 저도 모르게 퉁명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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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분이 안좋은 대화였지만 사실 그럴만도 했다. 학생수가 두자리수를 차지하는데다가 대부분 기숙생이다보니 택시기사들은 애들을 몇번 태워본 적이 없어서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생수에 대한 말만 나오면 민감해지는 나다. 나의 안색이 흐려진 것을 눈치챈 기사는 인차 말을 바꾸어 기실 학생수가 적으면 얼마나 편하고 좋은가고 덧붙였다. 뭐라고 한마디 톡 쏘려는데 택시가 학교에 도착해서 그만두었다. 
    단층건물이지만 반짝반짝 윤기나게 닦아놓은 실내 바닥은 거울처럼 알른거린다. 하지만 실내와는 달리 넓은 운동장에는 잡초가 잘도 자란다. 전번에 전교 사생들이 땡볕에서 금방 풀을 뽑았는데 또 이렇게 빨리 자라나다니. 아침자습시간에 교실마다에서 애들의 글읽는 소리가 랑랑하게 울려나온다. 방금전 기사가 한 말이 자꾸 떠오른다. 어쩌면 정황을 잘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우리 조선족학교는 학생수가 적어서 얼마나 편하고 좋은가고, 학생수가 적다고 로임을 적게 주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고. 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아픔을 모를 것이다. 앞으로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우리 학교에서의 출근은 하루하루가 불안감의 련속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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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새는 작아도 오장륙부는 다 갖추고 있다고 학교는 작아도 갖출 것은 다 갖추어야 하고 가르칠 것은 다 가르쳐야 한다. 반급에 학생이 수십명이든 몇명이든 교수안은 똑같이 짜야 하고 활동도 똑같이 조직해야 하며 교수연구도 똑같이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학교와 같은 상황의 교원들은 어느 과목이나 맡기면 능숙하게 담당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인재’여야 한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 대부분 기숙생들이다보니 그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녀성교원들이 륜번으로 학교기숙사에서 밤에 당직을 선다. 그럴 때면 어린 학생들의 발도 씻어주고 머리도 빗어주고 지어 목욕이며 빨래까지 해주기도 한다. 식모를 구하지 못할 때에는 밥까지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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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선생님이 당직을 설 때의 일이다. 새벽에 한 녀학생이 갑자기 열이 39도까지 올라가서 너무 놀란 한선생님은 학생을 둘쳐업고 근처 개인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온몸이 흠뻑 땀에 젖어있었다. 아직 캄캄한 새벽이라 문을 한참 두드려서야 일어난 의사는 검사해보더니 감기라면서 해열제와 감기약, 소염제를 떼주었다. 한선생님은 또다시 아이를 업고 숙사에 와서는 물을 끓여 약을 먹이고 잠자리에 누웠지만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약기운으로 열이 내리자면 한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하는데 엄마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의 몸이 불가마같이 펄펄 끓는 것을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었다. 한선생님은 뜨거운 물에 수건을 적셔 이마에 번갈아 올려놓고 몸도 계속 닦아주었다.
   “뜨겁겠지만 좀 참아라. 이렇게 뜨거운 수건으로 몸을 닦다보면 열이 인차 내려갈거다. 예전에 우리 애도 이렇게 했단다.”
    엄마였더라면 아마 뜨겁다고 란리였을 텐데 애는 꾹 참고 있었다. 그러는 애의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샘솟듯 했다. 이렇게 한선생님은 뜬눈으로 훤히 밝아오는 아침을 맞았다.
    기숙생 애들은 두주일에 한번씩 집에 다녀오기로 돼있는데 많은 애들은 다녀올 집이 없었다. 부모들이 자식을 학교에 맡겨놓고 떠났거나 아니면 원래 할머니나 친척집에 맡겼는데 그 할머니나 친척도 어디론가 떠나버렸거나… 하여간 학교외엔 오갈데 없는 애들이였다. 그래서 주말이면 학교 녀선생님들이 륜번으로 ‘집’이 없는 애들을 자기네 집에 데려다 주말을 함께 보냈다. 그렇게 해온지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래도 선생님들은 누구 하나 불평 한마디 없었다. 무보수로 10년넘게 해오며 그것이 어떤 의무로 되였다기보다 선생님들은 내 자식이나 다름없는 애들과 정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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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날은 내가 한 학생을 우리 집에 데려온 날이였다. 우리는 작은 집에서 소학생 아들에 두살 된 딸 그리고 시어머님까지 네식구가 살고 있었는데 한사람이 불어난 것도 여간만 불편하지 않았다. 그래도 애들은 좋다고 올리뛰고 내리뛰며 잘도 놀았다. 하도 법석거려 머리 아파하시는 시어머님께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어 애들을 데리고 밖에 나갔다. 광장에서 실컷 놀고 돌아오다가 세일한다고 목청 높이 웨치는 판매원의 사구려소리에 이끌려 발길을 옷가게로 돌렸다. 옷가지들을 살피던 내 눈길이 분홍색 녀자애옷에 멈추었다. 어깨에는 망사로 된 날개가 달려있어 나의 학생이 입으면 천사같을 것 같아 입어보라고 하였다. 아니나 다를가 정말 하늘의 선녀가 따로 없었다.
   “음, 너무 이뻐. 선생님이 사줄게.”
    나는 호주머니에서 얼마 남지 않은 돈을 다 털어내 옷을 샀다.
   “엄마, 우리 서윤이한테도 사줘요.”
    옆에 있던 아들애가 한마디 했다.
   “서윤이는 집에 옷이 많잖아. 건데 이 동생은 옷이 얼마 없단다…”
    나의 말에 아들애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애는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면서도 꾸벅 인사하는 걸 잊지 않았다. 행복에 겨워 빨갛게 물든 애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그 며칠 가슴을 옥죄이던 시름을 잊은 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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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교육국에서 문득 통지가 내려왔다. 우리 학교 자리에 구름다리를 놓을 계획이니 다른 학교와 합병하라는 것이였다. 무슨 날벼락인가! 합병하면 하루 아침에 우리 조선족학교가 무너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였다. 우리는 거세게 반발했다.  교육국 국장을 찾아가고 현정부를 찾아갔으며 성장 우편함에 메일까지 띄우며 반영하기도 했다… 60년의 력사를 자랑하는 우리 학교는 그렇게 무사히 한고비 넘겼다. 
    오늘의 보리고개는 겨우 넘겼지만 래일은 기약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학생수가 점점 줄어드는 현실을 생각하면 앞길은 아득하기만 하다. 그래도 우리는 마지막 한 학생이 남을 때까지 굳건히 지켜갈 것이다. 나머지 한 학생에게라도 우리말 우리글을 참답게 가르쳐야 할 사명감을 가진 우리는 평화시대의 민족투사이기에.
    우리 파수군들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져가고 있다. 오늘도 래일도…

2019년 2월
(주: 본고는 림구현조선족교육중심학교에 있을 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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