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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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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리상백| 작성일 :20-01-06 10:42| 조회 :19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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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과 함께
조일순 할빈시동력조선족소학교


      할빈은 그야말로 사계절이 분명한 곳이다. 소리없이 찾아주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나의 교육인생의 동반자가 되였다. 봄이면 봄볕의 혜택으로 세상만물이 속삭이며 춘풍과 더불어 누군가에게 파아란 희망을 조용히 안겨주고 있다. 봄이 주는 향기는 나로 하여금 스스로 봄과 함께 사색을 향유하게 한다.
     세월은 무정하게도 흘러 교육사업에 종사한 나는 벌써 쉰고개를 톺고 있다. 나는 무수한 아이들과의 만남과 리별을 거듭하면서 동년의 아름다운 꿈을 펼쳐가는 아이들의 풍경을 수집하고 기록한다. 아이들이 자라나는 모습이 두눈에 환히 안겨오고 재잘거리는 소리가 귀전을 울린다. 호기심의 눈길, 의혹의 눈길, 때론 억울함을 담은 눈길, 리해의 눈길, 사랑을 바라는 눈길… 이러한 눈길 속에서 애들은 하루하루 성장하고 나도 성숙된다. 천진한 웃음소리, 때렸다고 엉엉 우는 소리, 오손도손 이야기하는 소리, 랑랑한 글소리, 씩씩한 발구름소리, 깊어가는 사색의 목소리가 교정의 곳곳에서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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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봄은 소리없이 사라지고 무더운 여름철이 다가왔다. 진붉은 태양은 열광을 부리며 교정의 운동장을 여유작작 거닐고 있다.
     이 무더운 여름날에도 아이들은 이리뛰고 저리뛰며 운동장을 달구고 있다. 한여름의 지긋한 땡볕은 나로 하여금 자질구레한 일들과 더불어 때로는 생활의 권태와 무료함을 자아내게 한다. 귄태감에 모대기기도 하고 현실에서 생기는 여러가지 현상에 사유를 밟아가며 자신을 허공으로 이끌어가는듯한 느낌, 소르르 잠이 들어 모든 것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동년시절로 되돌아갔으면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구름과 같이 둥둥 떠가기도 하였다. 어린이같은 구름이 나를 향해 손짓하며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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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생님, 우리와 함께 뛰세요. 선생님, 좀 더 빨리 뛰세요.”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웬걸 그것은 구름이 아닌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챙챙한 목소리였다. 순간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르며 아이들과 뛰기 시작했다. 참말로 나는 구름과 아이들과 친구가 되였다. 이 순간은 우리들의 귀여운 아이들이 나에게 준 기분좋은 순간이였다. 항상 선생님, 선생님하며 따라주는 아이들한테서 교원인 나는 희망이 생기며 희망에로 끌려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가르침 속에서 성장하지만 아이들도 우리 교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보배인 것이다.
     이윽고 서늘한 바람과 더불어 가을이 들어섰다. 수확의 계절이라 곳곳에서 무르익는 그윽한 향기가 바람에 실려와 내 가슴에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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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여년간의 담임사업과 현재 맡은 과임사업은 나로 하여금 지난날들을 회억하면서 자신의 걸음에 박차를 가하게 한다. 할빈시소학생시랑송시합에서 1등상을 안아왔던 수련학생, 할빈시 과학관찰일기쓰기 시합에서 1등상을 수여받았던 김연미, 채성우, 손유겸, 유호연 등 학생들을 생각할 때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허나 언젠가 자신도 모르게 눈길이 학습을 잘하는 학생보다 조용히 앉아있는 학생에게 가게 되였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교원이 이끌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할 수 있지만 담이 작고 주동성이 약한 애들은 교원의 세심한 관심과 긍정이 더 필요했다. 자신심을 키워주어야 했다. 모든 학생들에게 발전할 수 있도록 기초를 닦아주어야 할 책임이 두 어깨에 짊어졌다. 지난날에 얻었던 성적들은 세월과 함께 흘러가버리고 또 새로운 도전이 눈앞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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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기야 하늘에 하얀 눈꽃들이 날리더니 겨울이 찾아왔다. 삼라만상이 흰눈에 뒤덮여 은빛세계로 단장되였다.
      아이들의 환호소리는 나의 사색을 잠간 끊어버리고 나도 겨울날과 같이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겨울에 태여난 나인지라 겨울이 좋았다. 흰눈을 사락사락 밟으며 걸을 때가 제일 기분이 좋았다. 이 때만은 나도 어린 여덟살로 되돌아간듯한 느낌에 운동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뛰여 놀며 소리도 쳐보며 자연이 준 아름다운 이 정경에 도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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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눈이 내려요.” 하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면서 함께 운동장을 걷고 뛰기도 하였다.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고 배워가면서 희로애락을 담은 27년이였다. 틀렸든 맞든 생각없이 따라주고 달갑게 받아준 사랑스러운 아이들, 때론 여린 가슴에 상처를 주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던 그 때, 행복을 만들어주려고 했지만 행복을 제대로 주지 못했던 계절이 있었다. 허나 마음에 진정 행복을 심는다면 나도 아이들도 행복해질 수 있다.
      희망을 가슴 속에 두고 희망의 새싹을 키워주는 계절로 향하여 달리고 달리고 싶다. 꼭 달릴 수 있을 것이다. 겨울이 지나가면 또 새로운 봄이 시작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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