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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영미 | 꽃과 꽃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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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영미| 작성일 :12-03-15 11:05| 조회 :15,12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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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이 하도 이뻐서 길가던 사람들도 아기 엉뎅이를 두들겨주듯이 통통 두드려보기도 하고 카메라를 들고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는 그야말로 꽃피는 계절이다. 그 살구나무를 아예 집에 옮겨 오지 못하는것이 한스러울만큼 이쁘다. 그리하여 요즘엔 베란다에도 사시장철 꽃이 핀다는 화분 둬개 갖다 놓았다. 그걸로도 모자라 꽃상점에 들려 생화 몇송이를 사다가 유리병에 꽂는, 평소엔 하지 않던 일까지 꽃피는 계절을 즐기기 위해 하게 됐다. 근데 꽃상점에 들어 섰을 때 가장 난감한 일은 어떤 꽃을 사느냐 하는것이였다. 그냥 집에 꽂아둘 꽃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다른 사람에게 선물할 때는 의미라도 알고 꽃을 사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인터넷을 한참이나 뒤졌다. 장미꽃은 사랑을 표시하고 월계화는 영광을 의미한다. 백합꽃은 순결, 살구꽃은 의혹, 생일날에는 월계화, 명절기간 친척방문에는 길상초를 선물하는것이 좋다. 그러나 병문안을 갈 때에는 아무 꽃이나 이쁜걸로 고를것이 아니라 많이 고려해야 한다. 수술한 환자들은 너무 짙은 꽃향기가 안좋기 때문에 꽃향기도 고려해서 선택해야 한다. 
   

꽃은 또 민속적인 면에서도 여러가지 함의를 갖고 있다. 서로 다른 풍속들 사이에서 같은 꽃이라 해도 나타내는 의미가 다를수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국화꽃을 좋아하는데 서방에서는 노란 국화꽃은 사망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 나라 사람들은 련꽃을 많이 좋아하는데 일본에서는 련꽃이 사망을 의미한다. 또 우리나라 광동 해남 향항 등 지역에서는 복숭아꽃이 좋다는 《길》자를 상징한다. 그러나 매화거나 말리꽃, 목단꽃은 실업이거나 리득이 없음을 의미한다. 우리에게 가장 특별한 꽃-진달래는 애틋한 사랑, 신념, 청렴, 절제를 뜻한다. 
   

이렇게 많은 꽃말에 대해 알아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흔히 녀성을 꽃이라고 하는데 만약 나도 꽃 중의 한 송이라면 과연 어떤 꽃이였을가? 또 《나》라는 꽃이 갖고 있는 꽃말은 무엇일가? 단 한 번도 이렇게 자신을 꽃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지라 나한테 어울리는 꽃말 찾기도 여간 힘들지 않았다. 꽃은 향기에 따라서 색상에 따라서 혹은 외관에 따라서, 꽃이름의 발음에 따라서 여러 가지 뜻과 련관시켜 다양한 꽃말이 붙을수 있지만 우리 녀성들에게는 아마 각자의 성격이나 취향이거나 품성 등에 따라 꽃말이 붙을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꽃일가? 이왕이면 사랑, 신념, 청순, 영원 등 좋은 말은 다 붙이고 싶지만 분명 나한테 어울리는 말이 따로 있어야 하지 않을가? 그러다 내가 알고 있는 신기한 꽃들을 하나하나 떠올리기 시작했다. 
   

수국꽃은 키는 1.5메터정도밖에 안되지만 이름도 다양하고 한번 피였다가 질때까지 5-6번 정도는 꽃색갈이 변한다. 그래서 수국꽃을 칠변화라고도 하고 카멜레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학창시절 카멜레온으로 묘사되는 인물은 늘 나쁜 사람이였다. 하지만 이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카멜레온같은 뛰여난 적응성과 자기보호능력을 가져야 된다. 수국꽃의 색깔이 변하는 이유는 토양의 성질에 따라 변한다. 일반적으로 꽃이 피기 시작할때는 흰색이였다가 꽃이 커지면서 청색으로 변하고 다시 붉은 기운이 돌다가 나중에는 자색이 된다. 만약에 토양이 알칼리성이면 분홍빛이 진해지고 산성이면 남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꼭 꼬집어 단정할수 없는 꽃색갈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꽃의 성숙정도에 따라 색상이 계속 바뀌여지는것이다. 우리 사람들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성숙하게 되고 또 자꾸 성숙해지면서 《나》라는 사람을 형용할수 있는 말이 달라진다. 이를테면 젊어서는 열정의 삶을 산 사람이였다면 좀 더 나이가 들어서는 여유를 즐기는 사람으로 변할수 있고 때론 젊어서 못다한 열정을 더 많이 쏟아붓는 불꽃튀는 경쟁의 중년 혹은 로년이 될수도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떤 색깔을 가진 사람이 되느냐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취향에 따라 분명 변하게 돼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그래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더 좋은 꽃말이 붙었으면 한다.
   

그리고 언젠가 텔레비죤에서 마술장미를 본 기억이 있다. 기본은 흰색인데 전체 두가지 종류로 나눈다. 온도에 변화하는 장미와 빛에 변화하는 장미가 있는데 그렇다고 한 장미안에서 보라, 분홍, 파랑 빛깔의 세가지 종류의 장미를 보길 원한다면 그것은 욕심이다. 아직은 1단계로밖에 변하지 않는다. 흰색에서 분홍으로 분홍에서 파랑으로 2단계 3단계의 빛깔로 변하는 과정은 연구중에 있다. 
   

난 하고싶은 일도 많고 내가 바라는 일들은 서로 성격도 다 다른지라 그 일에 알맞은 자신을 만들어가려면 수시로 색깔변화를 해야 한다. 온도가 변해도 거기에 맞는 자신을 만들어갈수 있어야 하고 빛이 변해도 또 거기에 적응되는 자신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나도 딱히 한가지 색깔을 가진 꽃보다는 환경에 따라 변할수 있는 마술꽃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에 내세우면 멋진 사회자로, 록음실에 들어가면 멋진 아나운서로, 디제이프로를 맡으면 여유만만, 자신만만의 프로운전기사로, 서예전에 참가하면 많은 사람들이 일등손가락을 내미는 서예대가로, 글을 쓰라면 또 막힘없이 써내려가는 멋진 작가로 늘 다양하게 환경에 따라 변화를 거듭할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이런 마술꽃에는 어떤 꽃말이 붙을수 있을가? 학교를 졸업할 때는 동창생들이 나의 《동학록》에 말을 남길 때 《열정》이거나 《열심히》라는 단어로 가장 많이 나를 형용했다. 무엇이나 최선을 다하는것이야말로 후회없는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열심히만 했었다. 그러나 누구나 여러 가지를 자신의 욕심대로 다 잘하면서 살수는 없다. 무엇이나 다 열심히 해왔던 학창시절에 비해 이젠 그 《열정》과 《열심히》를 나만의 꽃말을 나타낼수 있는 특정된 분야에서 더 많이 체현하고 싶다. 이제 《연영미》라는 이름대신 나를 부를수 있는 또 다른 대명사가 있다면 그것이 아마 나를 대표하는 꽃말이 될수 있지 않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깔을 변화하는 란타나 - 칠변화 꽃처럼 나의 꽃말도 혹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더 많이 바뀔수도 있을것이다. 그리고 그 꽃말에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내 모습과 다양하게 변화하는 나의 최고의 모습을 나타내는 아름답고 멋진 단어가 항상 붙기를 ~

                                         2011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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