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어주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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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신자| 작성일 :12-03-23 00:00| 조회 :16,448| 댓글 :0본문
인민교사란 이름표를 단 그날부터 나는 장장 17년이란 세월을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와 집사이 출근길을 시계추처럼 오구갔다. 매일 오르내리는 그 한갈래 출근길도 매일 똑 같은 길만은 아니였다. 길옆의 한그루 나무조차 어느날은 꽃을 피우고 어느날에는 무성한 나무잎새 바람달고 설레이다가 문뜩 낙엽이 지고마듯이 그렇게 계절의 변화에 따라 내가 매일 오고가는 출근길도 어느날은 해빛이 가득차 눈이 부시였다가도 어느날에는 눈바람속에서 길목이 헛갈리게도 하였다. 오고가는 출근길뿐만 아니라 학교생활도 그랬다. 매일 아침에 나서고 저녁이면 돌아오는 하루를 살아도 늘 어제같은 오늘이 아니였고 오늘같은 래일이 아니였다. 슬프고 힘든날 뒤에는 비온 뒤 개인 하늘처럼 때로는 웃을 날도 있었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뒤에도 조금씩 비켜갈수 없는 아픔도 있었다.
10여년간 글짓기 지도사업에서 접촉하는 학생들도 수준차이, 성격 차이가 일년 365일이 제가끔이듯이 모두가 천차만별이였다. 책읽기에 흥미를 붙이고 극성스레 글짓기를 해대는 애들을 만났을때면 짜갈밭에서 금덩이를 주은 기분으로 가르치는것도 자연 보람차고 열정이 끓어넘치게 된다. 허나 글짓기 재주가 그닥지 않으면서도 책장을 번졌다 넘겼다하는 애들을 만나게 되면 자연 인내성이 상실되면서 자주 성내거나 심드렁하니 대하게 된다. 더욱히 차등생딱지를 단 애들이 작문써클을 동네 슈퍼마켓이나 되는줄 알고 들락날락하며 굳어진 사유로 글짓는답시고 깝짜를 때면 정말 답답하고 머리가 아파났다.
그날도 2년간 《글짓기 왕》자리를 굳혀오던 녀자애가 할빈시에 가보려는 욕심에서 《홈타민 컵》경색에 보낼 원고를 어느 잡지에서 거의 다 뻬끼다싶이 모방해 받친것때문에 작문써클조 성원들앞에서 여지없이 비판하고 나온뒤라 한창 기분잡쳐 앉아 있는데 6학년 남학생이 찾아와 이제부터라도 작문써클에 참가하면 안되는가고 물었다. 6년동안 뭘하다가 필업시험이 한달밖에 남지않은 요때와서 잠꼬대하듯이 불쑥 작문써클 타령을 하냐 싶은것도 있었겠지만서도 주요하게는 그 애가 전교에서 유명짜한 애꾸러기란데서 나는 단마디로 너무 늦었다는 핑게로 거절해 버렸다. 그리고는 이 몇년간 그렇게도 애타게 온갖 심혈을 다 몰부으며 가르쳤건만 서너차례씩이나 있은 현장글짓기경색에서 대상상패를 한개도 따내오지 못한 작문써클조 애들을 원망했고 잘 살고 총명한 애들이 다 중점학교로 달아난것까지 한탄 하였다. 이젠 대상 수상자 지도교원 명의로 한국방문가자던 꿈도 깨졌으니 아예 할빈나들이나 할 타산으로 다시 할빈시에서 주최하는《홈타민 컵》 경색에 보낼 원고들을 검열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문뜩 아까 다녀간 그 문제생의 남학생 작문책도 작문책 들속에 끼여 있는것을 놀랍게 발견하였다. 반주임들이 추천해 보내는 작문들도 참여하기로 결정지 었기에 나는 호기심 갖고 읽어 보았다. 선택된 제목 4개로 다 지은 그 남학생의 네편의 작문을 읽는 나의 두눈은 눈물로 번벅이 되였다. 아홉살에 어머니의 따스한 품을 잃고 삶에 실의를 느끼는 알콜중독 아버지손에서 생활의 보장도없이 좌절과 절망, 그리고 불신으로 미래의 꿈도 생각할 여지없이 살아온 나날들, 사소한 일에도 시비를 걸고 싸움을 일삼고 학교규칙을 밥먹듯 위반해서 문제점 아이로 보도원실과 교장실을 문턱 다슬도록 드나들던 나날 들에 대한 자기 생활자체에 대한 반영이 담긴 글들은 진짜 그 글짜임새가 어수선하였지만 그 진실성으로 읽는 사람을 감동시켰다.
그날부터 그 남학생은 나의 그림자로 되였다. 퇴근시간에도 때론 저녁밤 시간에도 그 애만은 무상출입으로 우리집 대문을 넘나들면서 목마른 사람이 물마시듯이 글짓기에 관한 기초지식들을 배워가는 한편 글쓰고 지우고 또 쓰고 하였다. 나날이 늘어가는 글짓기수준의 제고와 반대로 그의 포악한 성격과 거친 행동들도 몰라보게 온순해졌고 말씨도 퍼그나 부드러워졌다. 이젠 문제점의 학생으로서가 아니라 자기앞 청소까지 잘해 나가는 착실한 학생으로 변해갔다. 드디여 그애는 한달이란 짧은 시간내에 제곬을 찾은 물길마냥 글짓기에서 막혔던 사로가 열려 내가 여직껏 알지 못했던 다른 세계의 착상이 기발한 글감들까지 엿가락 뽑아 내듯이 줄줄 뽑아낼수 있게 되였다. 노력에 노력을 거듭한 결과 그애는 끝내《홈타민 컵》 예승권도 따내와 할빈시 나들이를 가게 되였다. 헌데 몇년간 나의 편애속에서《글짓기 왕》이라고 우쭐렁거리던 그 여자애가 그 한번 비평에 여지없이 기죽어 도리여 뜻밖에도 이번 경색에서 첫선에 탈락되고 말았던것이다. 그제야 흠칫 놀라 문제의 엄중성을 느낀 내가 그 여자 아이를 찾았을 때는 이미 좀 늦었다. 옛말에 소뿔은 단김에 뽑으랬다고 나쁜버릇은 제절에 고쳐주어야 한답시고 애들앞에서 호되게 비판한것이 어린 자존심을 너무 여지없이 꺾어놓아 선생님을 보기좇아 싫어서 피해다녔다니 글짓기에 열중했으면 얼마나 했으랴. 써클시간마다 응부나 했던것이다. 내가 남학생에게 리해와 믿음, 용기와 사랑을 주는 나날들이 이 여학생에게 있어서는 좌절과 미움의 나날들로 되였던것이다.
완전히 다른 두 학생의 색다른 정반대의 놀라운 변화를 보고서 나는 사람이 변화되는것은 물리적인 힘도, 경제적인 도움도, 정신적 타매도 아닌 오직 사랑때문이라는것을 크게 깨달았다. 이처럼 어린 학생들에 대한 우리 교원들의 사랑은 그들의 잘못을 찾아내여 전교에서, 반급에서 밝히고 호되게 비판하는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때로는 살풋이 덮어주고 그안에서 반성하고 고치고 성장하도록 도와주는것임을 일깨워 주었다. 교원인 나 자신을 비롯하여 그 누구도 완전할수없고, 그 누구도 떳떳하기만 한것이 아니기때문에 세상에는 밝혀서 꾸짖는 추함보다도 초기의 잘못은 살짝 덮어주는 부끄럼이 때로는 훨씬 더 효과적이였던것이다. 5,6 월의 푸른잔디가 황페한 누런땅을 뒤덮어 버릴듯이 학생들의 지나간 모든 잘못과 아픔을 내가 믿음과 리해, 사랑의 마음으로 살짝 따뜻하게 덮어줄줄 안다면 래일은 기필코 오늘이 아닌 또 다른 래일의 아름다운 새 아침으로 나를 변함없는 이 한갈래 출근길에서 참된 인민교사로 기꺼이 반갑게 맞아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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