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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노트11-최화]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랑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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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영자| 작성일 :20-01-19 10:32| 조회 :11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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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노트-최화]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랑만


편집/기자: [ 김영화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20-01-17 14:53:55 ] 클릭: [ ]

 

 

문학임을 알고 시작했던 건 아니었다. 적어도 그 시절의 나는 그랬다. 갓 상해에 도착했을 때의 나의 모습은 문학과는 거리가 아주 멀었다. 찌는듯 한 8월의 오후, 나는 40여시간의 여정을 마치고 상해역에 내렸다. 출구를 빠져나오면서 나의 시야에 들어온 건 사면이 빼곡히 들어 앉은 고층건물과 그 아래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 차량들이었다.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는 상해의 방언들이 사방에서 쏟아져 내렸고 머리 바로 위에서 내리 꽂히는 듯한 더위와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리는 땀이 나를 착잡하게 했다. 이 도시에 유일하게 믿고 온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날 따라 하숙집의 전화선으로 인터넷을 했던 그의 룸메이트 때문에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아 나는 기차역 출구에서 네 시간을 기다렸다.

20대의 햇내기에게 삶의 고민은 한꺼번에 몰려왔다. 가장 절박했던 건 생존본능이였다. 대도시는 화려하나 그만큼 또한 현실적이고 냉정하다. 집에서 가지고 왔던 밑천은 금방 바닥이 났고, 나는 월세마저 지급할 수 없을 정도의 궁지에 몰렸다. 취업이 안되던 날들, 머리속에서 한끼의 단가를 계산하며 먹었던 날이 있었고 교통비가 없어서 먼 거리를 걸어 다녔던 시간도 있었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면접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빗속을 뛰였고 결국 속옷까지 다 젖은 상태로 면접실에 들어가 면접관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적이 있었고 길에서 애 셋 데리고 길을 묻는 아줌마에게 친절하게 지도까지 그리며 가르쳐 줬다가 그날 받은 한달급여를 탈탈 다 털린 적도 있었다. 터널을 지나는 같은 막막했던 순간이 있었고 그걸 극복을 하게 해준 따뜻했던 순간도 분명 있었다.

머리가 복잡해서 찾았던 와이탄, 검푸른 강 너머로 맞은편 꺼질 줄 모르는 빌딩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강에 뛰여 들어 죽겠노라고 하던 한 여자를 만난적도 있다. 몸의 반쯤 나가 있었고 정작 뛰여 들 용기는 없었던 건지 란간을 잡은 채로 그녀는 엉엉 울면서 후회하게 해줄 거라며 욕 비스무레한 걸 내뱉고 있었다. 주변의 몇몇 사람들이 끌어당겨 겨우 내려오게 했더니 스무살 쯤 되는 여자가 바닥에 퍼더리고 앉은 채 통곡을 했다. 대개 회사에서 억울함을 당했고 세상이 두렵고 고향에는 가지 못하겠고 그런 넉두리였던 거로 기억한다. 다들 그녀의 청승에 웃고 있었지만 어쩌면 씁쓸한 이방인의 입장은 똑같이 경험하고 있었던건지도 모른다.

나는 가장 평범한 80후의 모습이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서로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80후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시장경제하에 자기만의 불안감과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 우리는 부모님의 시대에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풍요로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빠른 절주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압력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나는 이 도시에서 16년을 살았다. 화려한 도시의 외관에 혹했던 콩깍지가 벗겨지는 데는 불과 반년이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현실의 벽과 거기에 부딪쳤을 때의 아픔. 그로부터 오는 좌절감, 그리고 그걸 극복해가는 긴 시간의 성장통이었다. 의지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나가고 긴 밤을 잠 못 이룰 때,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만났던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이상한 사람들을 적었고 인상깊었던 순간들을 기록하였으며 내가 희망하는 상황과 세상들을 글에 담았다. 내세울 만한 실력이 되지 않았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이었으며 상당히 개인주의였고 거침이 없었다. 나는 누군가의 응원이 필요했고 또 소통을 하고 싶었다. 그 때쯤 나는 날것 그대로의 내 생각을 온라인에 적어 내려갔다. 지금도 내 글에 달린 첫번째 리플을 기억한다. 딱 한구절이었다. “이것도 글이라고..” 피드백이 왔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 사람부터 붙잡고 설득해보고 싶었다.

운 좋게도 나는 나랑 비슷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잡지사의 프리랜서로 기사를 써주는 친구가 있었고 아이 둘을 키우며 무역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연구생 공부를 하는 학생도 있었고 알바를 하던 유학생도 있었다. 회사직원도 있었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도 있었다. 온라인 창작의 활성화가 인터넷 문학을 형성하고 있었고 우리는 본명을 숨긴 채 아이디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각자 현실에서는 자신의 본업에 충실하고 밤이면 글을 썼다. 누군가가 글을 올리면 밑에는 독자들의 리플이 수두룩하게 달린다. 잘 읽었다는 감사의 메세지일 때도 있고 가끔 따끔한 혹평일 때도 있었으며 간혹 가다가 제대로 된 수준급 글평이 달리는 경우도 있었다. 상상이 안될 정도의 교감이 이루어졌다. 원고료 한푼 안나오는 일에 다들 열정을 불사르며 글을 썼고 짧게는 몇천자 길게는 20만자 이상의 글을 적어내려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는 인터넷 저 켠의 사람이 익숙해지고 위로가 되였다.

인터넷 문학의 형식은 자유롭고 특별한 구애를 받지 않는다.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었다. 가끔은 서로 끌리는 글쟁이들끼리 듀엣으로 작업을 할 때도 있었다. “냉정과 열정사이” 처럼 주인공의 다른 시선으로 같은 이야기를 풀어가기도 했고 한사람의 글에 각자 다른 캐릭터로 답글을 쓰기도 했으며 그게 밑거름이 되여 나중에는 열몇명이 모여서 하나의 릴레이를 완성하기도 했다. 앞사람이 글을 쓰다가 어느 쯔음에서 끊어주면 뒷사람이 그걸 이어서 쓰는 고난이도의 팀웍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였다.

우리는 그렇게 20대를 보냈고 30대를 함께 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문학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욕심일지도 모른다. 살아가면서 해야 하는 일, 할수밖에 없는 일 가운데 하고싶은 일, 좋아하는 일이 하나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왕이면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문학은 내게 그런거였다. 좋아서 하는 일.

우리는 여전히 글을 쓴다. 인터넷 위챗의 발전과 더불어 뜻이 같은 친구들이 모여 새로운 방식으로 글 동아리를 만들어 창작을 이어가고 있다. 인터넷 문학의 단점을 보완하고 선배들의 노하우와 장점을 살려서 좀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다들 여전히 갈고닦고 있다. 꾸준히 글을 쓰고 발표를 하며 삶의 희노애락을 나누고 있다. 누군가 내게 글을 왜 쓰냐고 했다. 나는 여전히 문학의 참뜻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다만 글을 쓰는 순간이 즐거워 꽤 오래동안 계속 써내려 갈것 같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거라 생각한다.

글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가장 근사한 랑만이다. 그리고 그 랑만속에서 나는 또 다른 나와 생활과 삶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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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화(崔花),필명: 작도   1981.5월 조양천 출생. 현재 상해 거주. 연변 작가협회 회원. 자유 기고인. 창작노트: 삶의 모든 순간을 격하게 공감하고 싶다. 그리고 기록해 간다.

―《도라지》 ‘80후’시선 2019년 제3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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