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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노트7-토정] 산까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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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영자| 작성일 :19-12-12 16:37| 조회 :14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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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노트-토정] 산까치 마을


편집/기자: [ 김가혜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9-12-06 12:15:01 ] 클릭: [ ]

 

 

2018년, 지난 한해는 나에게 순간순간 너무 감사한 한해이다. 여러 문학 선배님들과 끈끈한 동년배들의 아낌없는 지지와 가르침에 힘입어 문학잡지에 작품 발표와 격려의 문학상까지 수확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배움의 길에서 누구못지 않게 열심히 뛰여온 한해이기도 하다.

하지만, 매일매일 파도같이 시퍼런 눈빛이 번뜩이는 일상의 틈새를 짬짬이 쥐여짠 독학의 문턱 앞에서 시 한수 쓰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였다. 밤늦게 캔맥주 하나에 기대기도 하고 두툼한 누에이불을 뒤집어쓰고 발버둥을 쳐도 겨우겨우 시 몇줄 지어내기가 힘든 나에게, 글쓰기에 대한 ‘시선’을 적어보라는 섭외를 받고보니… 덥석 받아쥐면 손을 데일 것 같고 확 뿌리치면 뭔가 빼앗긴 듯 허탈해날 것 같아 참으로 숯불깡통에 구운 고구마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서투른 손놀림으로 입김 홀홀 불어가며 구겨진 욕망을 채워가본다.

“내가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이쯤에서 어설픈 기억의 노를 저으며 고향의 옛모습을 찾아 추억의 배를 타고 옛말같은 동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본다.

구불거리는 수레길 따라 깊은 산골짜기를 거슬러 들어가면 비스듬한 언덕자락에 곰삭은 이영을 인 초가지붕들이 오손도손 모여있다. 대개 조선족과 한족이 반반씩 차지하는 산골동네이다. 봄이 오면 마을 복판의 나무가지에는 하루가 멀다하게 산까치가 울어대고 유난히 낮은 처마가 비좁다고 작년에 왔던 제비가족은 정지문을 날아들어와 대들보에 둥지를 틀곤했다. 허리춤에 닫는 울바자를 지나 몇발작을 걸어가면 매끌매끌 우물돌이 잘 다져진 자그마한 우물이 하나 있다.

나는 고향의 옛 풍경을 떠올리면서 시를 적어내기도 한다.

두레박 / 토정

저 아담한 우물도

우물터를 틔워준 사람이 있을 것이고

동이땀 뚝뚝 떨구며

우물을 판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두레박 만들어

우물가에 걸어 두었을 것이다

목마른 길손들은 네것내것 따로 없이

우물 판 사람에게 감사하며

갈증 달랬을 것이고

그중 한사람 쯤은 우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을 것이다

 

양지바른 길목에 우물이 생겼으니

지나가던 길손들

다리쉼 시작했을 것이고

오솔길이 넓어져 수레길이 되고

우물가에 한채씩 처마가 늘어섰고

산까치도 내려앉아

목청을 틔웠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하루

한 사람이 바람의 뼈를 걸러서

우물가에 울타리를 쌓아올리고

길손들한테서 물값을 받기 시작했다

뭐 여기까지는 그나마 봐줄만 하지만

쩐의 거래가 시작되자

길손들은 금전을 창조해준

신(信)에게 감사를 시작했다

날이 짙어갈수록

우물 주위엔 보이지도 않는 신들이

수두룩이 모여들었고

멀지 않은 곳에

암자도 지여지고 십자가도 박혔다

처음 우물 판 사람은

여전히 멀지 않은 곳에서

괭이로 땅을 뚜졌다

 

조금더 낮추는 자세로

항상 넘치지 않는 가슴으로

밤하늘의 맑은 달을 품는

한동이 우물물

정오의 둥근해에 하늘이 높아가면

울바자에 애호박을 걸어놓고

넝쿨은 우물가로 엉금엉금 기여간다

늦은 배움으로 문학을 하려고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화두를 던지고 내가 할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잡념에 잠겨본다.

우물터를 틔워준 사람, 우물을 판 사람, 드레박을 만든 사람, 목을 추기는 길손, 노래하는 산까치…

정녕 나는 무엇이 될 것인가?

누군가가 우물가에 걸어놓은 두레박이 되여 낮이면 깊은 우물을 퍼올려 길손에게 다가가고 밤이면 우물속에 내려 출렁이는 밤달과 넋두리를 나누고싶다.

나에게 시쓰기는 바로 이러한 작업이 아닌가 싶다.

밤달 / 토정

밤하늘은 달에게

휘영청 밝은 빛을 주고, 또

금시 검은 상처를 내린다

달은 잠시 기울었다가도

자기 스스로 상처를 치유한다

오로지 하루를 둥글기 위해

수많은 날을 상처에 시달리다보니

혼신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법을 익혔다

가끔 밤하늘 보다 큰 상처를 받는 날

너무도 아파서

어둠속에 그림자마저 감췄다가

또다시 밤하늘에 맞선다

 

때로는 어둠이 너무 무서워

낮달로 뜨는 달

가을하늘을 비끼여가는

한올의 소슬바람에도

쉬이 상처를 받는다

나의 작은 일상에서 바람처럼 스러지면 다시 일어나고 달처럼 기울면 다시 둥글어지면서 나만의 젊은 시를 쓰고 싶은 것이 작은 소원이다.

나의 아버지는 농민이였지만 시인이 꿈이였다. 어릴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버지는 시를 쓰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던 것 같다. 비록아 버지의 시가 공개 발표된 적은 없지만 아버지의 꿈을 위한 창작의 시간은 나에게 ‘문학적’ 영향과 령감을 주었다. ‘아빠토정’이 이루지 못한 시인의 꿈, 그 꿈을 아들인 내가 대신하여 이루려는 꿈의 바통을 이어받아 나는 본업이 아닌 시를 쓰고 문학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아버지가 육필로 쓰신 시창작 노트를 보관하고 있다.

아직 많이 미흡하지만 “나의 시가 누군가에게 사랑이 되고 효가 되고 삶의 디딤돌이 돼주었으면…” 하는 작고도 큰 바람을 안고 어제도 써온 시를 오늘도 나는 적어내려간다.

*《도라지》2019년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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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정(土亭)

본명: 김화 (金华), 1980년 길림성 화룡 출생, 현재 상해 거주.

창작노트: “독자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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